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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Dunkirk (2017)

2017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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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017. 7. 20. 개봉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2차대전 발발 초기부터 궁지에 몰린 영국-프랑스-벨기에 연합군의 절박한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병력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영국은, 애초 철수 장소로 염두에 두었던 칼레와 불로뉴 같은 다른 해안 도시가 독일군에게 점령당하자 덩케르크를 마지막 보루로 삼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작전 초기 불순한 기후와 독일 공군의 쉴 새 없는 폭격으로 여러 척의 배를 잃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당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영국 해군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어 많은 배를 동원하기도 힘든 상태였지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덩케르크>는 바로 이 세기의 구출 작전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토미(핀 화이트헤드)는 천신만고 끝에 덩케르크 해변에 도착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광대한 해안가에서 탈출을 기다리고 있는 수십만 명의 병사들입니다. 결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곳에서, 토미는 우연히 알게 된 깁슨(아뉴린 바나드)과 함께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한편, 작전에 투입할 배가 모자랐던 영국 해군은 민간인 선박에도 동원령을 내린 참입니다. 도슨(마크 라일런스)은 자기의 요트가 징발되자 직접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향합니다. 여기에는 그의 아들 피터(톰 글린-카니)와 아들의 친구 조지가 함께 하지요.

덩케르크 해안과 철수하는 영국 선박에 대한 독일 공군의 폭격이 계속되자, 당시 영국 공군은 지속적으로 전투기를 출격시켜 그것을 저지하려 했습니다. 조종사인 파리어(톰 하디) 역시 철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아 출격합니다. 그의 임무는 덩케르크까지 날아가서 독일 폭격기의 공격을 분쇄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감독의 남다른 노력

감독은 관객들이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온전히 경험하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그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의 핵심을 보여 줄 수 있는 세 가지 상황을 선택합니다. 구조를 기다리던 해변의 절박한 기운, 민간인 선박 수백 척의 적극적인 참여 정신, 유명 전투기 스핏파이어를 앞세워 독일의 폭격을 제어한 공군의 노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요.

각각의 상황이 벌어지는 시간 간격을 일주일, 하루, 한 시간으로 다르게 설정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의 인물들을 번갈아 보여 주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결국 어딘가에서는 다같이 만나게 될 이들의 운명을 궁금하게 만들어 극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설정된 시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하여, 수용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사용하는 실제 시간의 틀 안에 맞추는 것은 내러티브 예술의 흔한 표현 방식입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몇십 년의 세월도 단 몇 분으로 줄여 버릴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시간 순서를 뒤섞는 것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덩케르크>에서처럼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것은 영상 매체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편집과 음악이지요. 다른 시공간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얼굴에서 얼굴로 혹은 풍경에서 풍경으로 신중하게 이어 붙인 편집과, 증폭된 감정을 부드럽게 연결시켜 주는 음악은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부드럽게 하나로 만들어 줍니다.

흔히 아이맥스라고 하면 압도적인 화면의 크기가 선사하는 현실감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 외에도,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여 화면 속 인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병사들로 꽉 들어찬 해변의 광경을 보여 줄 때 느껴지는 막막함, 요트를 타고 지나가면서 다른 구축함을 타고 이동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전하는 비장함, 배경으로 광대한 허공이 노출될 때 느껴지는 아득한 느낌 등은 아이맥스 화면을 통해 더욱 증폭됩니다.

현장감을 보다 입체적으로 살리는 역할은 사운드가 맡고 있습니다. 신경을 거슬릴 정도의 크고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총소리와 폭음, 불안하게 신경을 긁는 쇳소리가 부각된 소리의 질감은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로 인해 관객은 화면 속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전쟁 영화

전쟁 영화의 두 가지 필수 요소는 액션 장면의 스펙터클과 전쟁 상황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는 볼거리를 좀 더 강조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인간의 고민은 간략하게 압축된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덩케르크>에서는 둘의 관계가 일반적인 전쟁물과는 조금 다르게 설정돼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서스펜스와 스릴, 시각적 만족감 등 그 자체의 쾌감보다는 인간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리하여 관객은, 전쟁이란 참혹한 사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도덕적 판단을 넘어서는 인간의 생존 욕구, 크든 작든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병사들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 방법, 대의를 위한 희생이 갖는 의미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보면서요.

이 영화가 일반적인 전쟁 영화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은 적지 않은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낄 법한 부분입니다. 또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영국인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것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창작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영화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노력이 바로 그가 세계 정상급의 감독이 된 원동력이자, 기존의 성과에 만족하며 그 안에 갇힌 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다른 감독들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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