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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누아르 특별전 (2017. 7. 6. – 23.)

2017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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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필름 누아르는 할리우드의 1940년대와 50년대를 풍미한 영화적 스타일입니다.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내면의 어둠을 다루는 이야기, 밤 장면과 강렬한 명암 대비가 인상적인 화면 스타일,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여성(팜므 파탈)이나 비정상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일삼는 남성의 존재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 누아르라고 하면 갱스터가 등장하는 범죄물을 떠올리지만, 원래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스타일이자 세계관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필름 누아르로 분류되는 영화의 장르는 매우 다양합니다. <밀드레드 피어스>(1945) 같은 가족 멜로드라마부터 <안녕, 내 사랑>(1944) 등의 하드보일드 탐정물, <이중 배상>(1944) 같은 범죄물, 심지어 <선셋 대로>(1950)처럼 딱히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영화들까지 필름 누아르의 자장 안에 있었습니다.

필름 누아르가 득세했던 이유로는 40년대와 50년대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의 집단 무의식을 반영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2차 대전과 한국 전쟁에 수많은 젊은 남성들이 연달아 투입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풍조, 참전 용사들의 전쟁 트라우마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서 불거지는 사회 문제에 대한 불안감 등은 필름 누아르의 자양분이었습니다.

스타일 면에서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차대전 직전과 전쟁 중에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독일 감독들의 미장센과 주제 의식은 할리우드 영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명한 명암 대비 및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여 종종 과장되기도 하는 미장센, 쉽게 해명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 내면의 어둠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는 필름 누아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이중 배상>(1944)과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의 시나리오를 썼고, <빅 슬립>(1946), <안녕, 내 사랑>(1944), <호수의 여인>(1947) 등 이 경향을 대표하는 탐정물의 원작자였으니까요. 작은 이익 앞에서 속절없이 허물어져 가는 인간 본성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필름 누아르의 주된 정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7월 6일(목)부터 23일(일)까지 ‘다크 시티: 필름 누아르 특별전’이라는 제목으로, 1940년대와 50년대에 나온 할리우드 필름 누아르 영화 13편을 소개합니다. <이중 배상>-<밀드레드 피어스>-<선셋 대로>-<키스 미 데들리> 등 이미 여러 번 소개된 작품들과 더불어 새롭게 복원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 상영에서 꼭 챙겨 봐야 할 걸작 4편을 소개하고 몇몇 눈여겨 봐야 할 작품들을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하나]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1944)

보험사 직원 월터 네프(프레드 맥머레이)는 자동차 보험 갱신을 위해 어떤 남자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남자는 없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그의 아내인 필리스(바바라 스탠윅)만 있습니다. 필리스는 월터에게 자기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가로채자는 제안을 하고, 두 사람은 남편을 속여 특정 상황에서 사망 시 보험을 두 배로 받을 수 있는 특약 사항이 담긴 사고 보험에 가입하게 만듭니다.

이상한 열정에 사로잡혀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부추기는 여성, 초조와 불안에 떠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 인상적인 밤 장면 등 필름 누아르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걸작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매력적인 각본과 빌리 와일더의 빈틈없는 연출, 바바라 스탠윅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돋보입니다.

[둘] <선셋 대로>(1950)

몇 편의 B급 영화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조셉 길리스(윌리엄 홀든)는 단돈 몇백 불이 없어 차를 압류당할 처지입니다. 그는 돈을 구하기 위해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번번히 허탕을 치고, 추심업자들의 추적을 피하려다가 우연히 무성 영화 시절의 톱스타였던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의 대저택에 들어가게 됩니다. 충직한 집사 맥스(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보살핌 아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며 살아가는 노마는, 조셉이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읽어 봐 달라고 하며 그를 고용합니다.

독일 출신의 빌리 와일더 감독은 <이중 배상>과 <잃어버린 주말>(1945)에 이어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어리석은 욕망 때문에 파멸을 맞는 주인공을 다룬 걸작 필름 누아르로 자신의 감독 경력을 탄탄대로에 올렸습니다. 할리우드의 업계 관행을 사실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다룬 이 영화의 터치는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독보적인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셋] <키스 미 데들리>(1955)

사립 탐정 마이크 해머(랠프 미커)는 차로 밤길을 달리다가 묘령의 여인을 태우게 됩니다. 어딘가로부터 도망쳐 나온 것처럼 보이는 여인은 암호 같은 말들만 늘어 놓더니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하죠. 그러나 두 사람은 거기에 도착하기도 전에 괴한들에게 붙잡히고, 고문을 당한 여인은 살해 당하고 맙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마이크 해머는 이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행동에 나섭니다.

미키 스필레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탐정물로서, 마이크 해머라는 저돌적인 캐릭터와 교묘하게 꼬인 스토리를 잘 풀어낸 로버트 알드리치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가 기사도 정신을 갖춘 로맨티스트였던 것에 비해,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해머는 남성 우월주의를 감추지 않는 좌충우돌 행동파로서,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상업 소설화를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넷] <밀드레드 피어스>(1945)

해변의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밀드레드 피어스(조앤 크로포드)는 형사 앞에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파란만장하고 억척스런 삶의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와 그녀의 딸 베다 사이에 얽힌 악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필름 누아르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남자를 유혹하여 수렁에 빠뜨리는 팜므 파탈이거나, 이상 성격의 소유자인 남성의 희생물인 경우가 보통이었죠.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여성 주인공의 이상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임스 M. 케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토드 헤인즈 감독이 2011년에 동명의 미니시리즈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리타 헤이워드가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 준 <길다>(1946), 쌍둥이 자매 중 누가 진짜 범인인지 밝혀 내는 과정이 흥미로운 <검은 거울>(1946),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 부부의 앙상블이 빛나고 시작부터 한 시간 가까이 1인칭 시점을 고수하는 점이 특이한 <어두운 통로>(1947), 의심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사랑을 다룬 <고독한 영혼>(1950), 스케일은 작지만 빛과 그림자 및 소리를 잘 활용한 폭력 장면들이 돋보이는 <빅 콤보>(1955) 등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http://www.cinematheque.seoul.kr)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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