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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2017년 6월 28일

우디 앨런은 영화 사상 가장 뛰어난 코미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유머 감각은 지역 신문 유머난에 돈을 받고 기고하던 십대 시절부터 빛을 발했습니다. 이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여러가지 TV쇼의 각본을 쓰던 그는, <What’s Up, Pussycat?>이란 영화의 각본을 맡고 출연까지 하게 되면서 영화계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의 실질적인 감독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 (1969)는, 가상의 악명 높은 은행강도에 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요즘 감각으로 봐도 무척 웃기는 영화입니다. 이후 여러 편의 코미디를 내놓은 그는, 1977년에 만든 로맨틱 코미디 <애니 홀>(Annie Hall)로 이듬해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작품, 감독, 각본,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면서 주목받는 감독이 됩니다. 이후 40년 동안 적어도 매년 한 편씩의 장편 영화를 선보이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불가능한 열정에 휩싸인 인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그럴수록 주인공은 점점 더 집착하게 되지요. 이 과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거나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외도와 불륜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의 주인공들이 새로운 사랑이나 다른 삶의 방식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범죄나 살인 같은 범죄, 세속적 성공 같은 것을 욕망하는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디 앨런 영화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감정을 다루기 때문일 것입니다.

흔히 우디 앨런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합니다. 팔순이 넘어서도 매년 한 편씩 영화를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과 시들지 않는 유머 감각, 지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는 어떤 면에서는 대단한 노력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영화 세계는 단숨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숱한 시행착오와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여러 번 거친 끝에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니까요. 그가 감독한 48편의 장편 영화 중 절반 가량은 범작이거나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영화인 것은 그런 모색의 결과입니다.

또한 그의 곁에는 오랫동안 힘이 되어 준 동료 스태프들이 있었습니다. 에이전트이자 죽기 전까지 모든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던 잭 롤린스(2015년 사망)와 찰스 H. 조페(2008년 사망), 시대를 달리하며 그의 작품을 전담해 온 3명의 편집 감독 랠프 로젠블럼(95년 사망)-수잔 E. 모스-앨리사 렙셀터, <애니 홀>과 <맨하탄>을 비롯하여 4편의 각본을 함께 쓴 마셜 브릭먼 등이 없었더라면 우디 앨런이 누리고 있는 오늘과 같은 영광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장편 감독작만 따져도 47편이나 되는 우디 앨런의 작품 세계를 대략 네 시기 정도로 나눠 간략하게 살펴 보고 추천작들을 소개합니다.

[하나] 웃기는 남자, 최고 감독이 되다 (1969~1979)

데뷔 초기 우디 앨런의 영화는 ’웃기면 장땡’이라는 코미디의 대원칙에 충실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가짜 다큐멘터리, SF, 성 지침서, 러시아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패러디하고 풍자하면서 관객을 웃겼습니다. 흔히 우디 앨런의 대표작으로 꼽는 영화들과는 이야기 전략 자체가 달라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들입니다.

하지만 <애니 홀>(1977)과 <맨하탄>(1979)은 확실히 보편적인 의미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로맨스물의 플롯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실험적인 표현 형식이나 과감한 인물 설정을 통해 감독 특유의 개성을 잘 드러내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앨런의 영화 작업 환경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줬습니다.

그럼에도 앨런의 미학적 모색은 한동안 계속됩니다. 각각 잉마르 베리만과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인테리어>(1978)와 <스타더스트 메모리>(1980),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강하게 의식한 <한여름 밤의 섹스 코미디>(1982) 같은 영화들이 그랬습니다.

[둘] 자기만의 스타일을 꽃 피운 전성기 (1983~1993)

이 시기에 앨런은 초기의 관심사와 형식에 대한 실험 정신을 이어받아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했습니다. 이 시기 이후의 영화들은, 이 때 나온 요소들을 활용하여 더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아 패로와의 협업은 이 시기 영화들을 특징짓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전까지 지적이고 유머 감각 넘치는 다이앤 키튼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로맨틱한 몽상가 스타일에 가까운 미아 패로를 등장시키면서 우디 앨런 영화 특유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다루는 앨런 특유의 주제 의식이 효과적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앨런의 80년대 영화들은 모두 챙겨볼 만한 작품들이지만, 1930년대 뉴저지의 주부가 영화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기도 한 <한나와 그 자매들>(1986), 건조하고 깔끔한 범죄물이자 블랙 코미디인 <범죄와 비행>(1989), 이렇게 셋은 꼭 봐 두어야 할 작품입니다.

[셋] 스캔들과 함께 찾아 온 최악의 침체기 (1994~2004)

우디 앨런은 순이 프레빈과의 스캔들로 시끄러웠던 가운데서도 계속 영화 작업을 합니다.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를 시작으로 당대의 유명 배우들을 멀티 캐스팅하며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지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현저하게 질이 떨어지는 작품들을 내놓게 됩니다.

그간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웬만하면 제작비 회수는 가능한 영화를 만들었던 그인데, 이 시기에는 날이 갈수록 흥행 성적이 하강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던 시기입니다.

그나마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극작가의 분투를 다룬 소동극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와 입양한 아이의 생모 찾기 소동을 그린 <마이티 아프로디테>(1995)는 언제 봐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넷] 재도약과 국제적인 흥행 성공 (2005~현재)

<멜린다와 멜린다>(2004)의 실패 이후 돌파구가 필요했던지, 우디 앨런은 자신이 평생 살아왔던 뉴욕 대신 영국의 런던을 배경의 영화를 찍습니다. 그것이 바로 범죄물이자 블랙 코미디인 <매치 포인트>(2005)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만듦새와 흥행 성공(전세계 수입 8천 7백만불 이상)으로 기적같이 부활한 앨런은, 이후 몇몇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유람하듯 영화를 찍습니다.

이 시기에는 평범한 작품도 많았지만, 사랑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풍자적으로 다룬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나, 밤마다 20년대 파리의 ‘황금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작가의 판타지 <미드나잇 인 파리>(2011) 같은 수작들은 자신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차례로 경신하기도 했지요.(각각 전세계 수입 1억불, 1억 5천만불) 이어, 남편과의 이혼으로 상류층의 삶을 포기한 중년 여성의 정신적 불안을 다룬 <블루 재스민>(2013)까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찬사를 받았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작품 활동 막바지에 활력을 되찾은 그는 지금도 신작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 공개될 이 작품에서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케이트 윈슬렛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지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50년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쉬지 않고 작업에 매진하는 그의 부지런함은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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