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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 장자자

2017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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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메시 지음, 허유영 옮김, 예담 펴냄 (2017. 3. 30.)

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들을 무서워했고 도망다니기 일쑤였기 때문에, 동물과 도무지 친해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른 소형 반려 동물들도 키워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 키운 청거북과 금붕어, 지금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 정도가 다입니다.

지금보다 어릴 때에는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키우는 데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로운 점이 많을 텐데, 굳이 동물을 사람 대하듯 애지중지 하면서 함께 산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키워 보니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는 데에는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은 그보다 훨씬 컸으니까요. 아이가 보여 주는 전적인 신뢰와 사랑에 감동받기도 하고, 제 단점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모습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할 기회도 가지게 됐습니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 <안녕하세요. 나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는 중국의 인기 소설가 장자자의 책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화자는 작가의 반려견인 골든레트리버 ‘메시’입니다. 그는 짧은 콩트와 에세이를 통해 주인의 일상을 풍자하며, 동네 친구 개들 및 그들과 똑닮은 주인들이 벌이는 소동을 중계하고, 주인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 줍니다.

내가 아빠에게 물었다.
“골든레트리버가 멋진 개예요?”
“아주 멋지지.”
“뭐가 그렇게 멋져요?”
“공격력이 제로거든.”
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충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공격력이 제로거든, 공격력이 제로거든, 공격력이 제로거든, 공격력이 제로거든, 공격력이 제로거든, 공격력이 제로거든…. 개의 자존심에 심각한 스크래치가 나고 말았다. 어쩐지 경비 아저씨들이 나를 볼 때마다 “메시, 이리 와. 안아줄게” 하며 히죽히죽 두 팔 벌리고 다가오더라니.
이런 개망신!
다 물어 죽여버릴 거야. 다 물어 죽여버릴 거야!
나는 미친 듯이 짖으며 뛰쳐나갔다. 씩씩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경비 아저씨와 마주쳤다. 이 메시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그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때 나를 발견한 경비 아저씨가 또 히죽거리며 두 팔을 벌렸다.
“메시, 이리 와. 안아줄게!”
그 말에 내 입이 저절로 헤벌어지고 꼬리가 제멋대로 살랑였다.
“아이, 좋아라!”
‘….’
경비 아저씨를 물어 죽이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나는 눈물을 뿌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사람을 물어 죽일 수가 없어요. 어쩌죠?”
“보듬어 안아주렴.”
“그게 바로 공격력이 제로인 개의 운명이에요?”
“그렇지.”
(p. 50~51 인용)

흔히 이런 종류의 책은 왠지 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뜻한 미담과 생활의 교훈 같은 좋은 얘기만 지루하게 나열한 책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은 위에 인용한 부분처럼 해학이 넘치고 색다른 통찰을 보여 주는 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개들의 귀엽고 우스운 행동 습관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이야기에 적용하고, 개와 사람 사이의 감정 교류를 실감나게 묘사한 것이 이 책의 독특한 점입니다. 무엇보다 메시와 메시 아빠가 나누는 교감이 잘 표현돼 있는데, 저처럼 반려견이나 반려묘 한 번 안 키워 본 사람조차 가슴을 찡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메시 아빠로 나오는 장자자는 원래도 촉망받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중국 SNS 웨이보에 연재한 짧은 사랑 이야기들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굉장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은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역시 2013년 초판 출간 이후 지금까지 매년 중국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습니다. 이 책은 그 뒤로 낸 신작입니다.

이 책이 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따져 보면 돈과 명예처럼 남들한테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추구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짜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으면서요. 그저 막연히 돈과 명예가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고 믿을 뿐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성공을 거둔 사람도,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사람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거들떠 봐주는 이 하나 없는 무명씨도 결말은 모두 같다. 돼지고기에 우롱차를 곁들인 식탁이 산해진미 그득한 진수성찬보다 못할 것도 없다. 누가 더 예쁜지, 누가 더 똑똑한지, 누가 더 돈이 많은지는 비교하면서 어째서 누가 더 행복한지는 비교하지 않을까?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공평하게 갖고 태어난다.
(p.209 인용)

인용한 부분처럼 행복한 삶은 외부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삶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존재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요? 혼자서는 외롭고 할 수 있는 일도 적지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나누는 존재와 함께라면 어려운 일이 닥쳐도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또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기쁨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행복감이 더 커지겠지요.

전통적으로는 가족이 그런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금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은 결국 가족의 일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통 사회처럼 가족들 모두가 함께 모여 살면서 같은 일에 종사하며 먹고 사는 것이 아닌 이상,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함께 있다고 해서 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관습에 얽매여 가족이라는 관계에 집착하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가족에게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사회화를 돕는 기본 단위’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면 할수록, 개개인이 겪는 불편함은 점점 더 커집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반려 동물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관심과 사랑을 한껏 쏟을 수 있고, 또 그런 만큼 자신을 믿고 따르며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반려 동물과 함께 느낀 행복감은 삶의 질을 확실히 높여 줄 것입니다. 물론, 생명을 키우고 보살피는 데는 언제나 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면 강아지를 키워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기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나, 늘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둘째가 모두 좋아할 막내가 생기는 거니까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도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안녕하세요. 나는 소설가의 개이고…>의 매력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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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글자들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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