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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2016)

2017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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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2017. 4. 26. 개봉

상업 영화가 장르에 기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어떤 영화를 특정 장르의 영화라고 홍보하면, 관객들은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머리 속으로 그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쉽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저 배우가 이런 장르에 나온다니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여 주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지요.

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의 임금 예종(이선균)이 신입 사관(史官) 윤이서(안재홍)와 함께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물입니다.

장원 급제 후 청운의 꿈을 품고 입궐한 윤이서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먼, 특이한 임금 예종의 눈에 들어 왕이 행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때마침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괴이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예종은 이 사건들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총동원하게 됩니다.

주연 배우인 이선균과 안재홍은 영화 보기 전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습니다. 이선균이 연기하는 예종은 기존의 사극에서 나오는 왕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입니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다재다능하지만 ‘자뻑’이 심한 성격, 사관 윤이서와 벌이는 사소한 신경전 등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깬 재미있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안재홍 역시 충직하면서도 임금에게 할 말은 다 하는 초보 사관 역할을 맡아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순간들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임금의 행동이 못마땅할 때 짓는 표정, 그리고 한탄하듯 투덜대는 말투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촬영과 조명, 어색한 데 없이 매끈한  CG와 특수 효과, 절정 단계에 배치된 화려한 액션 장면 등 기술적 완성도도 좋은 편입니다. 이제껏 조선 시대를 다룬 영화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기발한 설정과 미술 세팅도 눈길을 끌지요.

하지만 이런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 영화의 재미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부분 부분 재미있고, 몇몇 장면들이 보기에 좋을 뿐, 영화 보는 동안 시간이 잘 안 갑니다.

우선, 장면과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갖춰져 있지만, 장면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고 그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시간 흐름에 따라 나열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장르 영화에서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도 상투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영화 속 모든 사건이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똑같이 장르 규칙을 준수하는 장면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이 그것을 ‘장르 특성상 당연히 나와야 하니까 나온 거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과, ‘이전 장면에서 나왔던 일들 때문에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하고 느끼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은 아닌지도 돌이켜봐야 할 사항입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 주려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욕이 넘치다 보니, 이 영화에는 전체 이야기 진행과 별 상관 없는 요소들도 꽤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새롭고 참신하다기보다는 다소 과하다는 느낌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관객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푸느라 여념이 없는 플래시백 역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혹시 관객이 놓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니 다시 보여 주겠다’는 식의 플래시백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플래시백이란 기법은, 극중 인물과 관객 모두가 몰랐던 새로운 깨달음을 제시할 때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관객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주인공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 장면에 사용하면 뒷북치는 것 밖에 안되겠지요.

한국 영화의 제작 역량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융합과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연결되는 사례를 찾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갖출 것은 다 갖췄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노력한 것도 충분히 느껴지지만, 영화 보는 동안 계속해서 시계를 보게 됩니다. 여러모로 이전에 나왔던 <카운트다운>(2011)-<성난 변호사>(2015)-<탐정 홍길동>(2016) 같은 한국 영화들이 남겼던 아쉬움을 떠올리게 하죠.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여 어느 정도 관객 몰이는 할 수 있겠지만 흔쾌히 관람을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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