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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닮은 팔레트 – 남궁산

2017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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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명을 담은 팔레트>, 남궁산 지음, 창비 펴냄 (2017. 2. 17.)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한 색으로 가득합니다. 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색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신호등이나 지하철 노선도에서와 같이 색깔은 글자보다 훨씬 빠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눈으로 보는 즉시 그 의미가 바로 전달되니까요. 또한 우리는 마음에 드는 색의 옷을 골라 입거나, 좋아하는 색깔의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 <문명을 담은 팔레트>는 일상 생활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대표적인 아홉 가지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빨강-노랑-파랑-초록 같은 기본 색, 검정-하양 같은 무채색, 그리고 보라-주황-분홍 같은 혼합색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모두 아홉 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부터 8장까지는 각각의 색깔마다 한 장씩 지면을 할애 – 주황과 분홍은 8장에서 함께 다룹니다 – 하였습니다. 마지막 9장에서는 색채학과 광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소개합니다.

우선 색깔에 관한 장들은 해당 색깔이 주는 느낌과 의미가 무엇인지, 자연에서 색깔을 뽑아 쓴 방법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알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요즘엔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이 고대와 중세에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색이었다는 것, 빨강색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벌레 수만 마리가 필요했다는 사실 등은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합니다.

뒤이어 들려 주는, 색깔에 얽힌 동서고금의 미술사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 옛 단청의 녹색 부분에 쓰였던 뇌록색은 지금은 만드는 방법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고전주의 예술 평론가들이 칭송했던 하얀 그리스-로마의 조각도 사실은 원래 되어 있었던 채색이 세월의 풍파에 벗겨진 것이지요. 고흐 그림의 강렬한 노란색은 어쩌면 그가 프랑스의 독한 술 압생트에 중독된 탓에 사물이 온통 노란색으로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답니다.

이렇게 옛날 이야기 들려 주듯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간결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초적인 색채 이론과 광학 이론에까지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배웠을 때는 쉽게 혼동되곤 했던, 색채 혼합이나 색의 대비 같은 개념들이 머리에 쏙속 들어 오지요.

청소년용 교양서 시리즈인 ‘창비청소년문고’에 속한 책이지만, 이 안에 담긴 지식의 양과 질은 웬만한 성인용 교양 입문서만큼은 되는 것 같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압축한 본문과 풍부한 도판, 그리고 내용에 부합하게 색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편집 덕분에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더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 깊이 찾아볼 수 있도록 참고 도서 목록도 꼼꼼하게 실어 놓았습니다.

색깔 하나와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합니다. 평소 옷이나 물건을 고를 때, 영화를 볼 때 말고는 색깔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색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좀 더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 셈이지요.

<문명을 닮은 팔레트>는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청소년 독자 뿐만 아니라, 색깔에 얽힌 상식에 관심 많은 성인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내용도 알차고 디자인이 예쁜 책이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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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글자들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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