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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Inferno (2016)

2016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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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9. 개봉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좋은 기획입니다.  일단 원작에 대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캐스팅이나 만듦새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와 소설은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이기 때문에, 소설로서는 재미있었던 이야기라도 영화로 만들어 놓으면 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각색 과정에서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매체의 간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다빈치 코드>의 기록적인 판매 부수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로버트 랭던 시리즈는, 이 영화의 원작이자 시리즈 4편인 <인페르노>까지 전세계 2억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운 초 베스트셀러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세계적 흥행이 보장된 아이템이죠. 실제로 영화판 <다빈치 코드>는 7억불 이상, <천사와 악마>는 4억불 이상의 흥행 실적을 올렸습니다. 소설 시리즈 중 세 번째로 나온 <로스트 심벌>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내셔널 트레져>(2004)와 주제와 이야기 전개 방식이 겹친다는 이유로 제작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번 영화 <인페르노>가 영화 시리즈 세 번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어떤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그의 기억은 온통 뒤죽박죽이고 이상한 묵시록적 환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침 등장한 영국인 담당 의사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쫓겨 시에나의 집으로 피신합니다. 그런데 랭던의 옷 속에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그림이 들어 있는 비밀 실린더가 발견되죠. 이 그림이 인구를 멸망으로 이끌 계획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랭던의 모험은 시작됩니다.

원작 소설 출간 당시에도 전작들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그걸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초반부터 주인공 랭던의 목표가 잊어버린 기억 찾기와 인류 멸망 계획 저지를 위한 수수께기 풀이, 이렇게 두 가지로 제시되는데 이것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면서 영화의 리듬을 자꾸 처지게 만듭니다. 기호학적 암호를 밝혀내는 과정과 흐트러진 기억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뒤섞이면서 긴장감을 증폭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리죠.

중반 이후의 등장하는 반전 요소들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놀랍지도 않고, 왠지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더 아쉬운 것은 이런 반전을 통해서도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보다는, ‘반전 나왔으니 이러이러하게 끝나겠군’ 하는 식으로 관객 스스로가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듭니다. 원작의 반전 요소를 없앤 결말 역시 그런 일반적인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지요.

시각적인 스타일 면에서는, 비슷비슷한 크기의 클로즈업과 바스트샷으로 일관하는 샷 구성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유명 관광지에서 제한적인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겠지만, 인물들의 대화 내용이나 장면의 분위기와는 상관 없이 똑같은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만이 장면의 리듬감과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작들에 이어 다국적 캐스팅을 시도했지만, 톰 행크스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좀 어색한 편입니다. 연기 연출의 초점이 서로간의 호흡을 맞추는 데 있지 않고, 각자의 국적에 맞는 악센트와 발음을 강조하는 쪽에 맞춰져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스티븐 호킹의 전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올 연말 개봉할 스타워즈 스핀 오프 <스타워즈: 로그 원>의 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 펠리시티 존스는 배역의 중요도에 걸맞는 연기력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기적>으로 얼굴을 알린 오마 사이, <라이프 오브 파이>와 <쥬라기 월드>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이르판 칸 등도 이름값에 못 미칩니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사건의 무대가 되는 피렌체의 주요 명소들과 베니스, 이스탄불의 풍광입니다. 일종의 관광 홍보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주요 무대가 되는 장소들을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는, 영화 제목을 딴 투어가 개발되기도 했던 전작들의 뒤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입니다.

전작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도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방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소설의 이야기 전개를 일대일로 스크린에 옮겨 놓는 수준이었죠. 매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다 보니,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어울리는 서스펜스나 스릴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인페르노> 역시 똑같은 방식을 고수합니다. 주요 제작진도 같습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론 하워드가 감독이며, 그의 제작사 이매진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았고, 원작자 댄 브라운도 여전히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촬영감독이나 음악감독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제작비가 전작의 절반 수준인 7천 5백만불 선인데다, 원작 자체의 힘도 떨어지기 때문에 재미와 볼거리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전작들 만큼의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를 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상업 영화는 최소한 관객의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인페르노>는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만들면 안된다는 타산지석의 예로 삼을 작정이 아니라면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에 비하자면 그나마 훨씬 재미있는 유해진 주연의 <럭키>가 상영 2주차를 맞아 흥행 순항 중인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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