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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Bridget Jones’s Baby (2016)

2016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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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8. 개봉

2001년에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들을 부둥켜 안고 사는 사랑스런 실수투성이 브리짓 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이전의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은 주인공이 자기 욕망에 솔직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전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입니다. 2편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2004)이 개봉된지 12년만에 나온 속편이죠. 1편과 2편은 앞서 출간된 원작 소설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2013년에 출간된 세 번째 소설 <브리짓 존스는 연하가 좋아>(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소설은 슬하에 아이가 둘 있는 50대의 브리짓 존스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보다 앞선 43세에 첫 아이를 갖게 된 때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전편에서 10년이 흐른 시점, 인기 TV 뉴스쇼의 PD로 활약 중인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마흔 세번째 생일 저녁을 혼자 보내며 우울해 합니다. 기분전환을 위해 록 페스티벌에 간 브리짓은 우연히 만난 인터넷 연애정보회사 CEO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뜨거운 밤을 보냅니다. 그 며칠 후에는 우연히 옛 남자친구 마크 다시(콜린 퍼스)를 만나 옛 정을 불태우며 하룻밤을 지내죠. 그런데 브리짓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1편의 감독 샤론 맥과이어가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전작의 장면들과 인물 관계를 솜씨 좋게 재활용하고 과감한 플래시백을 적재적소에 집어 넣어 시리즈의 기존 팬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전작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관람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1편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러닝 타임이 전작들보다 길어졌음에도 통통 튀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별로 길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르네 젤위거는 여전히 브리짓 존스 특유의 표정과 행동을 코믹하게 연기하며 시선을 잡아 끕니다. 콜린 퍼스도 특유의 뻣뻣하고 예의 차리는 몸짓을 통해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 내지요. 1편이 나온 이후 15년이나 지났으니 두 사람 모두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 없긴 합니다만, 그래서 더 정감 있게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브리짓의 엄마, 아빠, 그리고 절친들도 여전히 그녀의 곁을 든든히 지켜 줍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다니엘(휴 그랜트)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되는 패트릭 뎀시도 극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 들었습니다.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특유의 수염이 많이 거슬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다정다감한 면모를 선보이며 라이벌 마크 다시를 제대로 긴장시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 나온 명배우 엠마 톰슨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죠.

브리짓이 또 다시 쟁쟁한 남자들과 삼각 관계로 엮이고, 결국은 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작위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로맨스물의 장르 공식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서부극에 카우보이가 등장하고, 갱스터물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이 죽어 나가며, 성장 서사에서 주인공이 의미 있는 깨달음에 이르러야 하는 것처럼요.

이번 3편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마크와 잭 두 남자가 임신한 브리짓의 출산 준비를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서로 자기 아이가 아니라며 책임을 미뤘을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아이를 지우라고 하거나, 어쩌면 난 책임을 못 지니까 낳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갖춘 마크와 잭은 여성들의 판타지 속에서 이상화된 캐릭터입니다만, 우리는 왜 이런 남성들이 이상형으로 등장하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런 편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강합니다. 아이가 생기도록 만든 절반의 책임이 있는데도, 남성들은 자기가 내키는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보다는 육아를 돕는 남성들이 많아졌지만, 말 그대로 ‘도와 주는’ 수준인 경우가 많죠. ‘돈 벌어다 줬으면 됐지 뭘 바라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가사와 육아는 여자의 몫이 돼 버립니다. 이렇게 여성들의 부담이 과중하다 보니,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인생의 우선 순위에서 점점 뒤로 밀리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식의 통계를 들먹이며, 저출산 문제를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 갖는 것보다 개인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느냐면서요. 하지만 그 통계는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발맞춰 효과적인 보육 정책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줄 뿐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훨씬 높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출산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두룩하니까요.

여성들이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나눠질 수 있다면, 아이 낳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여성의 사회 활동도 더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혼전 임신으로 영아를 유기하는 사건이나,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끔찍한 일들도 지금처럼 자주 일어나지는 않겠지요. 더 많은 남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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