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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2016년 9월 8일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김금희 지음 / 창비 펴냄(2014. 3. 28.)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펴냄(2016. 5. 31.)

 

며칠 전 신문에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만큼 빈부 격차가 크다는 뜻인데, 기사가 제공한 통계를 살펴 보면 97년 말의 ‘IMF 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재편된 우리나라 사회는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규모 실직 사태와 비정규직의 증가 때문에 줄어든 기회는 젊은이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몰아 넣었고, 점점 자신의 실력보다 재력이나 인맥이 중요한 사회가 돼 버렸지요. ‘헬조선’이란 말은 최근 들어 유행하게 되었지만, 어쩌면 우리나라는 그 때부터 20년 가까이 쭉 그런 상태였는지도 모릅니다.

40대 이상의 기성 세대들은 젊어서 고생은 자기들도 다 해 봤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젊은이들을 다그치기 일쑤지만, 지금은 그들이 대학생이던 시절과 완전히 다릅니다. 더이상 대학만 나오면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거든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려고 아등바등 살아도, 대다수가 패배자의 쓴맛을 볼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된 거죠.

김금희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너의 도큐먼트>라는 단편소설로 등단한 작가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초래된 불안한 가정의 초상과 청춘의 고민을, 여러 서브 플롯의 중첩을 통해 오롯이 잘 담아낸 작품이었지요. 아마도 IMF 직후 대학을 다닌 작가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경험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 <너무 한낮의 연애>는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입니다. 2014년과 2015년에 쓴 아홉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지요. 그 중에서도 2016년 ‘젊은 작가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표제작 <너무 한낮의 연애>와, 2015년 ‘젊은 작가상’ 명단에 들었던 <조중균의 세계>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수작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게, 이 두 작품은 사회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상태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과거를 되짚어 나갑니다. 한직으로 밀려나 사실상 퇴직을 권유 받은 주인공 필용이 대학 후배 양희와의 기이한 인연을 되짚어 보거나,(<너무 한낮의 연애>) 곱게 자라 출판사 인턴이 된 영주가 출판사 명물인 조중균의 얽힌 사연을 하나 둘씩 알게 되는 식으로요.(<조중균의 세계>)

이 작품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분명한 주제 의식 아래 잘 조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잊고 지냈던 과거가 어떤 식으로 오늘의 위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중균의 세계>에서는 현실과 쉽게 타협하는 바람에 사라져 버린 신념들에 대해 집중력 있게 서술해 나갑니다. 상투적이지 않은 결말 처리를 통해 값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도 장점이지요.

사실 첫 번째 소설집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때만 하더라도 소소한 플롯의 중첩이 산만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고, 주제의식도 모호했으며, 작가 자신이 판단을 유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때의 미숙함에 비한다면 이 두 작품은 정말 일취월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수록된 작품들 사이의 편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후일담 문학의 재치있는 변용이라고 할 만한 <세실리아>나, 모두가 패배자일 수 밖에 없는 우울한 현실을 서스펜스 있게 담아 낸 <고기>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솔직히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전개와 불분명한 이야기의 목표, 무의미한 말 장난 같은 것들 때문에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김금희의 소설들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서서히 왜곡되어 가는 인간성과 가족의 해체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이 나라의 현실이니까요. 특히 요즘의 젊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지난 두 해 동안 아홉 편의 단편을 써 온 것처럼 김금희 작가는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미 빼어난 수작들을 내놓은 바 있으니, 작업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열심히 정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작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다음 번 단편집이나 장편 소설로 만날 때에도 이번처럼 괄목상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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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글자들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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