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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2016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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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개봉

이 영화 <도리를 찾아서>가 나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픽사 애니 중에서 <니모를 찾아서>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 편이라 그 속편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던 마음이 있었거든요. 전작은 여러가지 바다 속 풍경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초창기 픽사의 야심이 빛날 뿐, 이야기 자체는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어드벤처 장르물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니모의 모험을 또 한 번 다룰 수는 없는 상황에서, 그의 대안으로 건망증 물고기 도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전략이 딱히 신통치 않아 보이기도 했지요. 전작에서 봤던 도리는 사건 진행을 위해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사고뭉치 이미지가 강해서, 관객들이 과연 그에게 감정 이입해서 영화를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모든 의심과 걱정은 영화를 보고 나서 다 없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코믹 어드벤처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와, 여성 영웅의 전형적인 성장 과정을 반영하는 심층 구조를 모두 갖춘 수작이었거든요.

사실, 배경을 설정하고 전작과의 연결 지점을 만드는 초반부는 좀 불안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니모를 찾아서>와 유사하게 전개되는데, 그 영화가 가졌던 약점들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거든요. 온갖 걱정은 다 하지만 정작 해 내는 것은 없는 니모 아빠 말린,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가 주는 스릴에만 치중하는 연출, 밑도 끝도 없이 우연에 우연을 더하는 전개 같은 것들 말이죠.

게다가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는 도리라는 캐릭터 자체에 공감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웃어야 할 지, 불쌍하게 여겨야 할 지 자꾸 그 경계에서 서성이게 되거든요. 갑자기 부모를 찾으러 가겠다고 하고, 고향의 이름까지 기억해 내는 것도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라고 생각되어 입맛이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면목은 도리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수족관에 도착한 다음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 일도 몽땅 까먹는 도리가 어떻게 새로운 상황을 헤쳐 나갈 것인지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도무지 계획이라고는 세울 수 없는 도리는 어드벤처 장르에 딱 맞는 캐릭터입니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일단 해본다’ 뿐이니까요. 전작과는 달리 주된 모험의 무대를 관객에게 친숙한 공간인 수족관으로 한정시킨 것은, 이런 도리의 여정에 긴장감을 끊임없이 불어 넣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조연들의 활약이 적재적소에서 이루어지며 모험의 재미를 더하지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인 문어 행크, 도리의 옛날 ‘파이프 친구’인 고래상어 데스티니 – 전작에 도리가 진짜로 고래 말을 알아듣는 지도 모른다는 떡밥이 있죠 – 와 벨루가 고래 베일리, 바다 사자 등이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갖추고 관객을 맞이합니다.

이 영화에서 도리가 겪는 모험의 구조는 다른 영화들의 그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보통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클라이막스에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목표를 성취하는 식의 구성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대다수의 남성적인 주인공이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다릅니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스스로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 필요하지요. 도리는 모험 중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지불식 간에 자기가 가장 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차근차근 어려움을 헤쳐 나갑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도 그것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특히 여성이나 성소수자들, 유색인종,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부정 당하는 경험을 하도 많이 겪기 때문에, 이런 망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정말 힘듭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외치며 외형적인 성공을 이뤄냈으나 내면의 공허함 때문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이런 여성적인 주인공의 방식은, 더이상 자신에게서 고쳐야 할 문제를 찾으려 애쓰지 말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깨닫고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들라고 이야기하니까요.

전체적인 톤을 비교할 때 <니모를 찾아서>가 평소에 아이와 놀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저 아이를 무섭고 놀라게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열심히 놀래키는 아빠의 태도를 갖고 있는 반면, 이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주는 엄마의 관점을 담고 있는 것도 이런 심층 구조의 차이가 반영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3년에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는 승승장구하던 픽사의 야심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습니다. <토이 스토리 1, 2> <벅스 라이프>로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들이 디즈니와의 재계약을 따내고 다방면으로 표현 영역을 넓히던 시기였지요.

꼭 1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그 후속편 <도리를 찾아서>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성숙기에 들어선 픽사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온 길을 반추하며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떠올립니다. 그것은 아마도 도리의 방식처럼,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보석같은 결과물을 내는 것, 그것이 바로 모든 모험담의 본질이자, 픽사 같은 개척자들의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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