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사랑하는 안드레아 / 룽잉타이

2016년 4월 18일

andrea_fr

이 책의 저자 룽잉타이는 중화권에서 유명한, 진보적인 사회문화 비평가입니다. 1985년 출간된 그녀의 사회평론집 <야화집(野火集)>은 당시 대만 사회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80년대 대만 민주화의 정신적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녀는 남편의 나라인 독일에서 망명 생활 비슷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90년대 후반 정권이 교체된 다음에야 타이베이시 문화부 국장을 거쳐 홍콩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이후 대만 문화부 초대 장관을 역임했지요.

안드레아는 그녀의 큰 아들입니다. 그녀 역시 다른 부모들처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과 세대차를 느끼며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같이 살지도 않았지요. 당시 그녀는 홍콩에, 아들은 독일에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룽잉타이는 아들에게 편지를 교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신문에 번갈아 기고하는 형식으로요. 이렇게 3년간 연재한 글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사실 처음 펼쳤을 때는, 어머니와 아들이 화해하면서 끝나는 뻔한 결말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봉합해 버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서로간의 차이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히 드러내 보이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문제 해결 과정을 긴 여정에 비유한다면, 이 책은 그 출발점이자 마중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에 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솔직히 털어 놓는 식의, 개인적인 불평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점차 논의의 범위를 넓혀 우리네 세상살이 전반에 관한 토론으로까지 확대되지요. 다양한 주제를 놓고 각자의 합리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토론을 구경하는 일은 그 자체로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부모 자식 간에 논쟁적인 주제를 놓고 합리적인 대화를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곳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입은 상처가 조금은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중화권에서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책에 삽입된 독자들의 이메일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취지의 감상이 자주 등장하거든요. 이 책이 출간 후 현재까지 8년간 중화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 건 아주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룽잉타이의 글을 읽고 느낀 것은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하려면 늘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는 것입니다. 아들과의 편지글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명징한 사고와 분별력은, 그녀가 여러가지 사회 문제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늘 긴장하며 정신차리려고 노력한다는 증거입니다.

보통의 많은 지식인들은 자기가 과거에 이룬 업적이나 현재의 사회적 위치에 만족하고 안주하기가 쉽습니다. 그런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이나 여유가 그들이 생산해낼 지식과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라는 걸 잊고서, 과거의 영광에만 기대어 살지요.

하지만 룽잉타이는 다릅니다. 그녀는 과거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그녀가 과거를 언급할 때는 자기가 얼마나 잘나고 열심히 살았는지가 아니라, 자기의 부족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되짚을 때 뿐입니다.

“두 세대의 이 대화를 어제의, 오늘의, 내일의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라고 서문 앞머리에 붙인 것처럼,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문제들을 다시 짚어 보면서, 우리 각자의 삶이 가지는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든가 스스로 ‘미움받을 용기’를 내라고 하지 않고, 말없이 다가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서요.

Advertisements

From → 글자들의 숲

댓글 남기기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