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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FM(2010) – 서스펜스는 없고 어설픈 액션만 남았네

2010년 10월 21일

장르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객이 해당 장르에 대해 갖는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소 상투적이더라도 기본만 해주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영화가 됩니다. 노력은 했다는 거니까요. 사실 상투성의 함정은 말처럼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 영화 <심야의 FM>은 일단 스릴러로 시작합니다. 사람 몇 명쯤 죽어나가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심야의 2시간, 그리고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특수한 공간은 서스펜스가 자랄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제목에도 썼듯이 영화는 이런 괜찮은 상황 설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유괴범이 내건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그냥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는 식이라 서스펜스가 생길 구석이 없거든요. 특히 저는 주인공이 방송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물론 딸과 가족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만, 좀 더 프로 정신이 있는 캐릭터였다면 내적 딜레마가 커져서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요.

이런 영화에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아슬아슬하게 조건을 맞춰주면서 반격할 기회를 노리다가, 그런 노력이 범인에게 발각되어 실제 행동에 나서게 되는 게 보통이죠. 무조건 공식을 따라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서스펜스 창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공식이 된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다이하드3>의 공중전화와 자꾸만 비교하게 되더군요.

더 실망스러운 부분은, 부족한 서스펜스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 대신 빠른 템포로 다양한 액션을 채워 넣는 식의 꼼수를 부린다는 겁니다. 이런 영화에선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창의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은 액션 장면들은 지루함만을 더하기 십상이죠. 이런 상황은 각본가와 감독이 불성실할 때 발생합니다.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 대해 창작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기대만큼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결과물의 좋고 나쁨은 나중 문제지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대단히 불성실한 영화였고, 따라서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도 관객으로서도 매우 불쾌한 영화였습니다.

P.S.
의외로 수애의 연기는 평범한 수준이었는데요. 캐릭터 자체가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고 방어적이긴 합니다만, 아이 어머니로서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많이 역부족이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감정 표현의 수위를 세심하게 조절하지도 못하죠.

반면에 유지태는 괜찮았어요. 원래 약간 사이코스런 연기를 할 때 돋보이긴 했지만, 이런 오덕스러운 또라이 연기는 참 잘 어울리더군요. 똑같은 연기 스타일 지겹다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캐릭터하고는 무척 잘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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